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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부터 편의점까지 ‘캐릭터 홀릭’ 왜?

홍성용 기자
입력 : 
2022-07-04 10:17:28
수정 : 
2022-07-04 10: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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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기업들이 자체 기업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캐릭터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자체 캐릭터 육성으로 기업과 브랜드 선호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홍보에 대한 거부감을 낮춘 채 적극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 키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다양한 부가 수익 사업도 가능해 저마다 ‘킬러 캐릭터’ 키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롯데 특대형 ‘벨리곰’ 300만 명 모아 올해 4월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잔디광장에는 아파트 4층 높이의 15m 특대형 벨리곰이 설치됐다. 롯데월드타워 개장 5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핑크색의 곰 인형 캐릭터에 롯데월드타워 인근은 말 그대로 ‘인증샷 성지’가 됐다. 17일의 시간 동안 이곳에서 벨리곰을 만나기 위해 다녀간 사람만 300만 명이 넘는다. 경기 의왕에 있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에서도 특대형 벨리곰이 마찬가지로 설치됐다. 벨리곰 전시 첫날에만 타임빌라스를 방문한 고객이 3만5000여 명에 달했는데, 이는 올해 1분기 주말 평균 방문 고객 수보다 30%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2030세대가 유통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며 “이들은 SNS에 본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데 아낌없이 시간을 활용한다. 따라서 SNS에 회자될 인증샷 명소를 만드는 게 필수가 됐고,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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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전시된 15m 초대형 ‘벨리곰’ 캐릭터. <사진 연합뉴스>
롯데그룹이 전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핑크색 곰 캐릭터 ‘벨리곰’은 2018년 롯데홈쇼핑 MZ세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다. ‘일상 속에 웃음을 주는 곰’이라는 세계관으로 탄생한, 사람을 좋아하는 핑크색 곰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TV 홈쇼핑에만 국한돼있던 기존의 사업을 확장해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판단에, 일시적인 콘텐츠보다는 회사 자산이 되는 영구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인형인 척하다가 일반인을 놀라게 하는 몰래카메라 콘셉트 영상을 선보이는 벨리곰은 출시 2년여 만에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SNS 채널에서 누적 110만 명의 팬덤을 확보했고, 수백 개의 콘텐츠 누적 조회 수만 3억 뷰를 돌파해 대세 캐릭터로 떠올랐다. 유튜브 채널 ‘벨리곰TV’에는 ‘새벽 1시 강남역 청소하기’, ‘시민들과 프리허그’ 등 벨리곰의 착한 콘텐츠가 다수 업로드되어 있다. 2020년 6월 공개한 ‘택배기사님 역조공 드리기’ 영상은 벨리곰이 코로나19로 급증한 택배 물량에 고생하는 택배기사님에게 커피와 과자 등으로 구성한 선물을 전하는 것이었는데, 조회 수만 300만 회, 댓글도 2700개를 돌파하며 선풍적인 관심을 받았다.

롯데홈쇼핑은 이 캐릭터를 내세워 유통업계 최초로 NFT 마켓플레이스인 ‘NFT SHOP’을 선보였다. 회사 측은 NFT 마켓 출시 기념으로 ‘벨리곰’을 활용해 벨리곰 NFT를 내놨다. 벨리곰 NFT는 조각가인 노준 작가와 협업해 60초 분량의 3D 영상으로, 300개 한정 판매했다.

▶신세계는 ‘푸빌라’, 현대는 ‘흰디’로 캐릭터 사업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자체 캐릭터 ‘푸빌라’를 활용한 NFT 1만 개가 1초 만에 모두 판매됐다고 밝혔다. 푸빌라 NFT는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시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판매됐다. 신세계는 푸빌라 NFT 소유자의 소유 기간 등급에 따라 신세계백화점 라운지 입장, 발레 주차(대리 주차), 쇼핑 할인 등 오프라인에서의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NFT를 2차 판매하면 해당 구매자에게 혜택이 양도된다.

상상 속의 동물 푸빌라는 2017년에 신세계백화점이 만든 캐릭터로, 하얀 곰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백화점 업계 최초의 자체 캐릭터로, 신세계백화점이 기획부터 개발, 출시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네덜란드의 유명 일러스트 작가 리케 반 데어 포어스트(Lieke van dor Vorst)와 협업해 만든 푸빌라는, 출시 3년 만에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크리스마스 외관 장식과 함께 신세계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푸근한 비주얼과 작가의 손 그림이 주는 따뜻함과 유니크함이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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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가 NFT로 제작하는 삼각김밥 캐릭터 ‘삼김이와 친구들’.
푸빌라는 다양한 컬래버를 통해 IP 자체 생태계를 확장시켜왔다. 겨울에 태어난 푸빌라 캐릭터는 2020년 여름에 첫 등장하며 계절 상관없이 연중 출현 가능한 캐릭터로 발돋움했다. 푸빌라 IP를 활용해 여름 휴가지에서 이용 가능한 비치백과 비치 타월 등을 제작해 판매한 것이다. 또 2021년에는 로저 비비에와의 컬래버를 통해 한정판 운동화, 핸드백, 스노볼 굿즈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푸빌라 캐릭터가 만들어진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 일반인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해당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등 관련 사업도 지속 펼쳐나갈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책 같은 콘텐츠가 개발된다면 백화점을 방문하지 않은 소비자나 어린이들에게도 사랑받는 독자적인 캐릭터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도 독일 일러스트 작가 크리스토프 니만(Christoph Niemann)과 손잡고 자체 제작한 캐릭터 ‘흰디(Heendy)’를 2019년에 내놨다. 크리스토퍼 니만은 디자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알려진 ‘뉴욕 아트 디렉터스 클럽 어워드’를 여러 차례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과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흰디’는 현대백화점의 영문 이니셜 초성인 H와 D를 활용해 만든 이름으로, 사람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인 강아지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모든 일에 끼어들기를 좋아하는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친근한 이미지의 캐릭터다.

회사는 2020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흰디를 테마로 업계 최대 규모의 펫파크 ‘흰디 하우스’를 연 현대백화점은 흰디를 다양한 테마 행사, 프로모션, 사회공헌활동(CSR) 캠페인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흰디로 디자인한 무드등, 손선풍기, 에코백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을 개발·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편의점도 캐릭터 경쟁 편의점 업계도 자체 브랜드 캐릭터를 활용한 PB 상품을 개발하는 등 IP 사업에 활발하다. 먼저 GS25는 ‘삼김이와 친구들’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편의점 대표 상품인 삼각김밥을 형상화한 캐릭터의 ‘삼김이’는 핫바와 라면, 구운 계란 등을 모티브로 한 친구 캐릭터가 있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삼김이와 친구들이 겪는 편의점 에피소드로 구성된 콘텐츠도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GS25 관계자는 “삼김이 유튜브 콘텐츠 누적 조회 수가 수백만에 달한다”며 “캐릭터를 통해 상품을 접한 이들이 실제로 편의점 물건에 대한 친근함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GS25는 삼김이 캐릭터를 활용해 NFT도 발행했다. 삼김이 NFT 작품 3333개를 제너레이티브 아트 방식으로 제작했다. 제너레이티브 아트는 컴퓨터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조합해 작품을 만드는 예술 영역이다. GS25는 이를 통해 제작된 NFT 수십만 점 중 희귀도를 고려해 프리미엄 NFT 3000개, 유니크 NFT 300개, 레어 NFT 30개, 슈프림 NFT 3개 등 4개의 작품 등급으로 나눠 차례대로 총 3333점을 고객들에게 증정했다. 이정표 GS리테일 마케팅실장은 “AI 기반의 NFT를 발행해 유통업 특성에 맞도록 특별한 혜택까지 더해 소장자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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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최근 NFT로 제작한 신세계의 자체 캐릭터 ‘푸빌라’.
CU도 2016년 처음 선보였던 브랜드 캐릭터 헤이루 프렌즈를 ‘CU프렌즈’로 재단장하고, 관련 캐릭터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CU프렌즈는 아르바이트생 ‘하루’와 하루의 가장 가까운 친구 애완 박스 ‘샤이루’, 하루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CU의 비밀을 파헤치는 스파이 ‘케이루’ 등으로 이뤄져있다. CU프렌즈 캐릭터를 소개하는 웹툰 시리즈를 회사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향후 CU프렌즈의 세계관을 담은 영상 콘텐츠와 굿즈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마트24는 화성점 점장 ‘원둥이’ 캐릭터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4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이마트24 화성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장 ‘원둥이’가 자신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공개하며 캐릭터 세계관의 시작을 알렸다. 원둥이는 먼저 지구에 도착해 활동하고 있는 동네 형 ‘제이릴라’와 연락한 후에 방문했다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 이때 제이릴라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부캐릭터로 이름이 알려진 신세계그룹의 바로 그 캐릭터다. 신세계그룹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끼리 스토리를 연결시키며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이다.

제이릴라(Jrilla)는 정 부회장의 영문 이름 이니셜인 알파벳 제이(J)와 고릴라(gorilla)의 합성어로, 화성에서 지구로 온 아기 고릴라다. 제이릴라는 구찌 스니커즈를 신고 화보를 촬영하고,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야구단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앉아 야구 경기도 관람한다. 실제로 신세계는 제이릴라의 세계관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실제 상품 매출로 이어진다는 것은 매출의 캐릭터가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년 캐릭터 이용자 실태 조사’에서도 캐릭터 사업의 가치가 드러나기도 했다. 조사 대상 3200명(3세~60대) 중 62.4%는 캐릭터가 상품 구매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품질에 차이가 없을 경우 캐릭터 부착 상품에 추가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이 53%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캐릭터는 확장성이 높아 여러 유통 채널에서 성장하고 있다. 제품·브랜드와 융합해 긍정적인 고객의 경험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성용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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