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NFT 총거래량 9개월 새 645만 클레이
생계형 이용자 대신 원작 아키에이지 이용자 타깃

엑스엘게임즈는 지난 20일 '아키월드'의 미주권역 서버를 오픈했다./사진=엑스엘게임즈
엑스엘게임즈는 지난 20일 '아키월드'의 미주권역 서버를 오픈했다. / 이미지 = 엑스엘게임즈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엑스엘게임즈가 블록체인 게임 ‘아키월드’의 토지 대체불가능토큰(NFT)의 누적 거래량이 반년 전과 비교해 12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엘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다. 

아키월드는 돈 버는 데 초점을 맞춘 다른 P2E(Play to Earn) 게임과 달리 소유권을 준다는 전략으로 차별화했다. 돈을 벌기 위한 생계형 이용자들이 이탈하고, 매출 기여도가 낮은 점은 아키월드의 해결 과제로 꼽힌다. 

21일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월드’를 출시한지 8개월이 지난 가운데, 토지 NFT 총거래량이 644만9870클레이(약 19억원)를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출시 이후 2개월간 누적 거래량이 5만 클레이란 점을 고려하면 NFT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 게임은 ‘아키에이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으로 지난해 9월 아시아에서 먼저 출시됐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개발에 직접 참여했고, 카카오게임즈의 블록체인 플랫폼 ‘보라(BORA)’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게임이다.

◇ 돈버는 대신 소유에 초점···토지 NFT 거래 활발

아키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의 집 짓는 콘텐츠인 ‘하우징 시스템’에 토큰경제를 적용했단 점이다. 원작 아키에이지는 일반적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다르게 이용자가 직접 농사, 무역 등을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샌드박스형 MMORPG다. 

아키월드는대체불가능토큰(NFT)를 활용해 게임사만이 보유했던 주요 자산, 아이템, 캐릭터 등의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부여했다. 거래하면서 발생한 수익도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가 가져가도록 했다.

그 결과 이용자들은 토지 NFT를 활발히 거래하고, 이를 임대해 임대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토지 NFT 7000개 중에서 98%에 달한 6917개가 임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성사된 토지임대계약 건수는 3만6702건이다. 
 
이는 아키월드가 ‘돈 버는 것’ 보다 ‘소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결과란 분석이다. 이용자들에게 게임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해 소속감을 심어주고, 지속적으로 생태계에 기여하도록 만들었단 것이다. 

장경필 쟁글 연구원은 “기존 게임 자산과 달리 NFT 자산은 여러 생태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거래되고 영구적으로 보존된다. 이런 특성은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지속적인 게임 플레이를 위한 동기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사진=아키월드 디스코드
오픈씨에서 거래된 토지 NFT는 총 644만9870 클레이를 기록했다. /이미지 = 엑스엘게임즈

◇ 지난해 매출은 오히려 감소···이용자 확보도 과제

다만, 수익보단 소장에 중점을 둔 만큼 일반적으로 P2E(Play to Earn)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했다. 아키월드는 애초에 수익을 내기 어렵게 설계된 까닭에 이용자 감소를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P2E 게임은 게임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유입된 이용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이는 소비자층 확대 측면에서 P2E 게임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 다.

그러나 생계형 이용자가 많은 P2E 게임과 달리 아키월드는 아키에이지의 기존 팬들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재 남아있는 이용자들은 수익화보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게임 토큰인 ‘블루솔트(BSLT)’는 게임 내에서 1827만3492개가 사용됐다. 즉, 이용자들이 현금화가 아닌 아이템 구매 등에 사용한 것이다. 게임 내에서 총 136만921건의 아이템이 교환됐으며, 매일 교환 규모는 증가 추세란 설명이다. 

최관호 엑스엘게임즈 공동대표는 지난 11월 SNS를 통해 “출시 두달 만에 너무 많은 잠재적 사용자가 떠났다. 등록 사용자 100만명 중 10만명이 디지털 지갑과 게임을 연동했는데, 그중 아주 일부만이 남았다. 이는 게임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본다. 원작인 아키에이지는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어려운 게임”이라고 말했다.

아키월드의 매출 기여도 역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엘게임즈의 지난해 매출은 179억원으로 전년(272억원)보다 오히려 100억원 감소했다. 신작 개발 등에 따라 영업손실은 130억원에서 313억원으로 늘었다. 

송재경 대표는 ‘KBW 2022’에서 이용자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면 매출이 낮아질 수 있단 지적에 대해 “단기적으로 급감할 수 있다”면서도 “플랫폼 비즈니스는 초기에 적자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월드의 미주권역에 출시하며 서버를 추가했다. 기존 전략을 계속 유지하면서 아이케이지가 흥했던 미국 등에 진출해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 아키월드는 아키에이지가 흥행했던 미주권과 유럽 지역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다. 아키월드의 검색 빈도는 포르투갈이 가장 높았으며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미국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엑스엘게임즈 관계자는 “아키월드의 미주권역 출시를 앞두고 토지 NFT가 모두 완판됐다”며 “보라포털에 폴리곤 네트워크와 멀티체인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아키월드의 글로벌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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